
제주도에서 3km 떨어진 작은 섬 비양도는, 말하자면 ‘섬 속의 섬’이다. 몇 년 전 봄, 내가 근무하던 학회에서 제주도로 단체 워크숍을 갔다가 일행들이 모두 서울로 돌아간 다음 혼자서 우연히 찾아갔던 섬이다. 한림항에서 배를 타면 10분도 채 안 걸리는 곳. 제주도 근처에서는 우도와 가파도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섬인데 정작 가본 적이 없어서 호기심이 일었다. 협재해수욕장이나 금릉해수욕장에서 보이는 섬이 비양도인데, 그곳 물 색깔이 워낙 예뻐서 꼭 가봐야지 하던 참이었다. 내 눈으로 직접 본 비양도는 봄꽃이 만발해 무척 정겹고 예쁜 곳이었다. 그때부터 제주도에만 가면 마치 버릇처럼 이 섬에 들른다.

자전거로 돌든, 아니면 그냥 발길 닿는 대로 걷든, 돌섬 비양도의 바다는 언제나 아름다운 길을 내준다. 이래서 섬이 좋다.


섬에 들어가는 이유는 도시나 사람과 가급적 멀리 떨어지고 싶어서다. 비양도는 섬 중에서도 사람 냄새가 확실히 덜 나는 곳에 속한다. 면적은 제법 넓지만, 63세대에 150명이 사는 작은 마을이다. 그래서 이곳 토박이들은 오가는 사람 중에 누가 여행객이고 언제 비양도에 왔는지 귀신같이 맞힌다. 처음 갔을 때 놀란 건, 셔틀버스 같은 마을 교통수단이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래서 더 마음에 들었다.
이왕 차편이 없다면 그냥 마음 놓고 걸어보기로 했다. 우선 항구에 몸을 내리고 무작정 우회전해 오른편으로 바다를 내려다보며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조용한 섬이 늘 그렇듯 아담하고 소소한 볼거리가 많다. 섬 중에서는 드물게 ‘팔랑못’도 있다. 팔랑못이란 바닷물이 뭍으로 흘러와 만들어진 호수다. 동해안 쪽에서는 자주 볼 수 있지만 규모가 작은 섬에서는 드문데 이곳은 예쁘장한 호수가 만들어져 있다. 봄 햇살을 보듬으며 연인이나 가족끼리 오붓하게 걷기 좋다. 그야말로 곳곳이 사진 포인트다. 굼부리(분화구를 일컫는 제주도 말) 능선을 따라 섬 정상인 비양봉으로 올라가는 코스를 추천한다.


비양도는 오래전 화산이 폭발한 섬이어서 기름진 땅이 드물다. 산을 빼면 땅이 대부분 딱딱한 돌로 이루어져 농사는 지을 수 없다. 섬사람이나 바닷가 어촌 마을 사람들 중에도 농사를 짓는 인구가 제법 되지만 여기 토박이들은 전부 바다에서 삶을 꾸린다. 남정네들은 죄다 먼 바다로 떠나고 아낙들은 하루 종일 물질을 한다. 다행히 섬 근처에는 황돔과 농어, 옥돔 같은 육질 실한 생선이 많고 해초나 해산물들도 많이 서식한다. 전복이나 소라, 오분자기는 캐도 캐도 넘쳐날 정도. 그 덕에 예전부터 낚시꾼들 사이에 입소문이 많이 났다.
요즘도 이곳을 찾는 여행객의 대부분은 낚시꾼이다. 이 섬에서 평생을 살았다는 한 토박이 노인에게 물어보니 ‘여기는 섬 전체가 (낚시) 포인트’라고 귀띔해 준다. 여전히 돔 종류가 많이 잡히고, 바닷가 근처 허름한 횟집이나 좌판에는 해녀들이 오늘 물질해서 건져 올린 것들을 들고 나와 흥정하는 모습을 쉽게 구경할 수 있다. 간단한 횟감에 소주 한잔 곁들일 요량이라면 언제든 OK다. 대신 여행객이 식당에 가려면 주의할 점이 하나 있다.
식당이 세 곳 있지만 주말이나 휴일에 주로 영업하고 평일에는 문을 닫는 날이 많으니 먹거리는 미리 준비해서 들어가는 게 좋다. 섬 동쪽 해안가에는 작은 캠핑장도 있다. 물론 펜션도 있고, 민박집도 여럿 있지만, 이왕 조용한 섬에 갔으니 50동 규모의 자그마한 캠핑장에서 텐트를 쳐보는 것도 재밌다.

바다를 보며 걷는 길도 좋고, 오랜 해풍에 제멋대로 깎인 바위들의 모습이 재밌다. 도심 속 유명 조각 공원과는 또 다른, 돌섬에서만 볼 수 있는 귀한 구경거리다.
INFO가는 길_제주도 한림시 근처 한림항에서 비양도행 배가 뜬다. 오전 9시와 오후 3시 출항이 원칙이지만 계절과 날씨에 따라 시간표가 종종 변하니 미리 전화로 확인하고 여행 계획을 세우는 게 좋다.
문의_한림항(064-796-7522)
기획_이한 사진_중앙포토, 완도군청<저작권자(c) M&B, 출처: 여성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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